<100주년> 빛 좋은 개살구

10월-73호 조회 수 2195 추천 수 0 2005.11.01 01: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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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윤 | 수습위원 | joaheyo@dreamwiz.com

100주년, Global KU, 세계 100대 대학, 그리고 점점 화려해지는 캠퍼스… 고려대는 그야말로 ‘혁명’중이다. 그러나 대학 내의 현실은 이러한‘혁명’과는 거리가 멀다. 늘어나는 교수 그러나 줄어드는 줄어드는 수업은 고려대의 혁명이 단지 보여주기만을 위한 것임을 말해준다. 그야말로‘빛 좋은 개살구’인 것이다.

고려대학교는 백주년을 맞이하였다. 백주년 기념관이 들어서고, 호화로운 기념행사가 치러졌다. 어윤대 총장(이하 어 총장)은 각종 인터뷰에서 백주년을 맞아 세계 100대 대학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래서인지 학교의 겉모습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곳곳에 민족고대만큼이나 Global Pride라는 문구가 흔하게 보이고, 외국인도 많이 늘어난 듯하다. 학교는 이러한 변화를 두고 고대 발전의 전부인 양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이에 부합하여 일부 언론은 이를‘고려대의 혁명’으로 칭송한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외형상의 변화를 의미할 뿐 대학 내의 실상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세계 100대 대학에 드는 것이 목표라면 겉모습의 변화만이 중요할지도 모르지만, 실제 학우들에게 중요한 것은 내부의 변화이다.

교수=돈
어 총장은 고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업의 질적 발전을 위해 교수를 늘리고 있다고 했다. 고대신문 2005년 10월 4일자 1면 실제로 교수는 2003년 781명에서 2004-2005년 981명으로 무려 200명이나 늘었다. 03년도, 04-05년도 고려대학교 일람집 그러나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증가가 단과대학 별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2003년과 2004년 사이 교수의 증가는 경영학과와 의예과, 전기공학과, 전자공학과에 편중되어있다. 전기공학과와 전자공학과는 2003년과 2004-2005년 사이 각각 한명, 두명에서 14명, 19명으로 크게 늘었는데, 이것은 정통대 통합문제와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학교는 지원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대형사업단을 꾸리기 위해 정보통신대학의 통합을 계획하고 있다.(더 자세한 사항은 < 불리하면 외처라“, 당신 연대 프락치냐”> 기사참고) 전기공학과와 전자공학과는 대형사업단에 포함되고, 학교는 준비 단계로 두 학과의 교수를 계획적으로 늘린 것으로 추측된다. 이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경영학과와 의예과에만 편중된 교수의 증가는 돈 되는 학과만 키워준다는 의심을 품기에 충분하다. 예컨대 문과대학이나 사범대, 정경대학 내의 교수 수는 변화가 거의 없고, 심지어 더 줄어든 경우도 있다. 입학정원과 비교해보면 문제가 더욱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정경대의 2003년도 입학정원은 319명, 2005년도 입학정원은 349명으로 30명이 늘어났지만 교수는 53명에서 55명으로 단 두명이 추가 임용되었다. 이에 비해 경영대는 2003년도와 2005년도 모두 입학정원이 383명이나 교수는 7명이 추가 임용되었다. 이러한 현실의 근거는 어 총장의 인터뷰에서 찾을 수 있다. 어 총장은 한 인터뷰에서 교수가 많을수록 기부금을 많이 가져오기 때문에 좋다고 말했다. 이 말은 어 총장이 교수를 기부금 가져오는 사람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런 사고방식으로 추진된 교수 증가는 당연히 실용 학과에만 편중된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교수=기부금’이라는 공식이 성립할 수 있는 대학은 당연히 기부금 유치가 쉬운 인기대학의 교수일 것이기 때문이다. 기부금 유치가 어려운 돈 안되는 단과대는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다.

폐강과목 142개
어 총장의 말처럼 어쨌든 교수 숫자가 늘고, 그만큼 강의 수도 늘어났다. 그러나 폐강되는 과목의 수는 이보다 더 크게 증가했다. 2004년 폐강과목 수는 1학기 33개, 2학기 49개였던 반면, 2005학년도에는 1학기 134개, 2학기 142개로 증가했다. 1년 만에 약 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증가는 폐강과목 선정 기준이 바뀐 것에 기인한다. 학교는 올해 3월 폐강과목 선정기준 내규를 다시 제정하였다. 그 이전에 시행되었던 2001년 제정된 규약에 전공과목 7명, 영어강의 5명, 교양과목 10명 미만이면 폐강처리 된다고 규정되어 있던 반면, 올해 바뀐 기준에서는 전공과목은 10명, 영어강의는 7명, 교양과목은 20명 미만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기준의 변화는 1년 사이에 갑자기 폐강과목이 크게 증가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수업의 질을 높인다고 하면서 폐강과목 처리되는 수강생 인원을 대폭 낮춘 학교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러나 영어강의에 대한 기준만큼은 이전의 규약에서 변경되지 않았다. 폐강과목 선정기준 규약에 따르면, 영어강의의 폐강과목 기준이 7명 미만인 이유는‘과목 개설의 활성화를 위하여’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교양과목은 19명이 되어도 폐강되는 반면, 전공이든 교양이든 상관없이 영어강의인 과목은 7명이서도 수업을 할 수 있다. 한 학우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자신이 신청한 수업에 수강생이 적어 폐강될 위기에 처하자 영어강의로 수업을 바꾸어 폐강되지 않았다고 한다. 어떻게든 영어강의의 숫자를 늘리고 싶어하는 학교의 의도는 알겠지만, 이로 인해 영어강의가 아닌 일반 강의를 신청한 학생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그리고 이렇게 늘어난 폐강과목들은 대부분 특정 단과대학에 집중되어있다. 전공개설 과목 대비 폐강과목 비율을 보면, 경영학과 1%, 법학과는 0%인 반면, 한문학과 9%, 불문과와 역사교육과는 각각 13%로 격차가 확연히 드러난다(올해 2학기 기준). 이는 전공과목에만 한정된 비율이고 교양과목까지 고려한다면 격차는 더욱 커진다. 이번학기 문과대학의 폐강과목 수는 33개로 전체 폐강과목의 1/4을 차지하고 이에 비해 의대는 하나, 법대는 두개이다. (이러한 결과를 학교의 편향된 지원만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다른 맥락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편중된 교수 증가, 늘어나는 폐강과목, 달라지지 않는 교육의 질. 이러한 고대의 현실은 화려한 백주년의 모습이 단지 겉모습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영어강의가 늘어나고 학교에 외국인이 늘어났지만, 수업은 예전과 다를 것이 없고 학생도 그대로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실용학과의 몸집이 점점 커지는 반면 기초학문의 학과는 위축된다는‘식상한’사실 뿐이다. 대학이 기업화되면서 기업이 돈 되는 사업에 투자하듯, 대학도 돈 되는 학문에만 투자한다. 고대는 돈 되는 대학이 되기 위해 겉모습을‘Global’로 치장하고 있지만, 내부 사정은 그것과 상관없이 그대로이거나 혹은 더 악화되었다. 그러나 대학이 공공연한 돈벌이 수단이 되어버린 이상, 이러한 속사정은 감춰진 채 겉모습만 계속해서 화려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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