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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에 초점을 맞춤과 동시에 미래에 펼쳐질 인생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 당사 광고는 많은 고객들로부터 공감을 얻는 “기분 좋은”광고로 기억될 것입니다. - 삼성생명 홈페이지 홍보관
최근 삼성생명이 광고 시리즈 “인생은 길다”를 6편에 걸쳐 내놓았다. 광고 모델이 예쁘다는 이야기부터 감동적이라는 의견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오는 것을 보면 광고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듯하다. 그런데 이 광고가 보기 불편하다는 주장도 들려온다.
우선 ‘딸’편부터 살펴보자. 아버지가 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때 신체적 접촉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가족이라도 광고 속 상황에서 당황하고 불쾌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주인공은 아버지 사랑에 그저 미소로 화답한다. 생글생글 웃는 딸의 모습은 정형화된 가족모델이 만들어낸 환상 속 인형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아버지가 상상하는 딸의 미래를 자세히 보자. 그 내용은 남자 만나서 결혼하고 애 낳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상에 흐뭇해하는 아버지의 태도를 통해 결혼하고 애 낳는 것이 당연하고 대견한 것으로 미화된다. 물론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여자가 남자와 가정을 꾸리고 애를 낳아 키우는 인생도 어느 정도 괜찮은 삶이다. 하지만 삶은 성적 차이에 상관없이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또 그럴 수 있어야 한다. 오로지 사랑과 결혼, 육아만으로 여성 인생 전부를 한정짓는 인식은 위험하고 불쾌하다.
‘어머니’편에서도 불편함은 계속된다. 광고 속에서 어머니는 가사노동으로 바쁘게 사시느라 오랜만에 화장을 하시는지 서투르기만 하다. 화장 안하면 양심도 없는 여성으로 취급하는 한국 사회에서 어머니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만하다. 고생하실 만큼 하신 어머니 대신 가사를 이어받을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새로 들어온 며느리다. 아들은 어머니께서 며느리 솜씨가 맘에 안 들어도 며느리의 애교를 보고 참아주시니 고마울 따름이다. 가사노동이 여성만의 것으로 규정되고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취급받는 상황에서 며느리가 해방되어 다시 화장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다. 며느리도 아들을 낳아 시어머니가 되는 길 뿐.
이런 시각은 이 시리즈 내내 계속된다. 남편이 죄책감까지 느끼며 아내에게 아줌마에서 청순가련 소녀로 돌아가기를 기대하는‘아내’편은 어떤가. 가정 생계는 아버지 몫, 가사와 육아는 어머니 몫으로 전제하는‘아들’편이나‘남편’편, ‘아버지’편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생명이 현실을 반영한 광고를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했다는 것은 이해하겠다. 위와 같은 내용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문제는 현실을 바라보는 광고의 시각이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모습을 아무런 비판 없이 행복한 삶의 전형으로 찬양하기에만 급급한 광고는 불편하기만 하다. 내 인생이 아무리 길게 늘어진다 해도 고정된 성적 관념에 허우적거리는 인생이라면 사양하고 싶다.
민재|수습위원|b1943_1939@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