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연고전'을 바라보며

9월-72호 조회 수 2109 추천 수 0 2007.04.10 02: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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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전'을 바라보며


2년 전 여름. 고려대학교 정경대학에서 열렸던 정치 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고려대학교 정경대학으로 향했다. 약 3시간여 동안 진행된 포럼이 끝난 시간은 오후 7시. 포럼에 참가 했던 사람들 모두 저녁식사를 하지 못한 터라 우리는 정경대학 인근의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교문 밖을 벗어나는 그 순간 난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다. 여기저기서 고려대학교의 붉은색 셔츠를 입은 학생들이 거대한 깃발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깃발도 셔츠와 같이 대부분 붉은색으로 이뤄져 있었고, 고려대학교의 상징인 호랑이 마크가 붙어 있었다. 또 곳곳에는‘나가자 싸우자 이기자’는 등의 투쟁적 이미지를 풍기는 구호가 적힌 플랜카드가 걸려 있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이들이 데모를 한다고 생각했고, 선배에게 일단 아무 식당으로 대피하자고 권유했다. 왜냐하면 난 당시까지‘연고전’이란 것을 말로만 들었지 직접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것이‘연고전’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나의 권유에 대해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인 선배는 크게 웃으며‘연고전’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당시 나는 길거리에 펼쳐진 광경이 데모가 아닌‘연고전’이라는 말에 순간 멈칫했다.

‘내가 그토록 참가하고 싶어 했던 연고전이 이런 모습일 줄이야’

단순히 경기장 객석에서 응원하는 모습만을 상상했던 내겐 길거리의 광경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공부벌레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최고의 명문대 학생들이 길거리에서 기차놀이를 하고,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행진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신선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모든 행동이 내게 한없이 좋게만 보였던 것은 아니다. 곳곳에서는 술에 취한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 지나친 애정행각(?)을 벌이는 학생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정확한 명칭은 기억 나지 않지만 사람들이 밥 먹는 식당에 들어와 테러(?)를 감행하는 모습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 중의 하나였다. 당시 내가 식사를 하던 식당에서는 약 10여명의 학생들이 들어와‘먹을 것을 달라’고 소리를 질렀었는데, 기분이 씁쓸했었다. 특히 선배가‘연고전 때 음식을 제공하지 않은 식당 중에서 문을 닫은 곳도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단순히 재미와 즐거움을 위해서라고만 하기에는 너무한 것 아닌가 싶었다. 물론 서양에서도 할로윈 데이나 여러 축제 기간에 사탕이나 음식을 요구하는 문화가 있기는 하지만 내가 본 모습은 서양의 그것과는 분명 다른 것이었다.

식사를 끝내고 길거리를 구경하다가 시간이 흘러나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안암역으로 이동했다. 당시 안암역에는 길거리보다도 더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마치‘스타크래프트’게임의 대규모 저글링 부대를 연상시킨다고나 할까? 붉은색 셔츠를 입은 학생들은 역을 가득히 메우고 있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일반인들의 통행에 상당한 지장이 있었다는 것이다. ‘연고전’을 치루는 학생들에게는 큰 문제가 안 될지 모르지만, 일반인인 나로서는 통행로를 막고 서있는 학생들의 모습에 조금 화가 나기도 했다.

하루를 일과를 끝내고 집에 도착해 컴퓨터를 켜자 미디어다음 메인에‘연고전’에 참가한 학생들의 비도덕적인 행위들이 올라와 있었다. 한 네티즌이 올린 사진에는 학생들이 버젓이 자신의 학교를 상징하는 티셔츠를 입은 채 전철 내부에서 말뚝박이를 하는 모습, 심지어는 전철 한 가운데서 인간 피라미드를 만드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네티즌들은 자연스럽게‘연세대, 고려대 같은 명문대 다니면 저래도 되느냐’며 비난의 화살을 날렸고, 나 역시도 어느 정도는 공감할 수 있었다.

나는 ‘연고전’이 정말 좋은 축제라 생각한다. 다만 앞으로는 연세대, 고려대 학생들만 즐거운 축제가 아닌 모두가 즐겁게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인천 대건고ㅣ이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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