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안티 연고전

9월-72호 조회 수 2403 추천 수 0 2007.04.10 02: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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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연고전


1학기 수시에 합격을 하고 한 번의 연고전을 보낸 지금, 이제 곧 다가올 휘날리는 깃발과 넘실대는 빨강과 파랑의 물결이 기대된다. 다만, 좀 더 책임 있고 이타적이며 주변의 소수자들도 아우를 수 있는 개선된 연고전, 혹은 고연전의 모습을 기대한다.

연고전은 오랜 시간 이어온 고대의 대표적 문화행사이며 실제로 가장 큰 축제라 할만하다. 학생들은 이날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여 목청껏 ‘연대타도’ ‘고대만세’를 외치며 위협적으로 뛰어다닌다. 그들은 이렇게 응원을 하면서 학벌구조 안에서‘고대’라는 이름이 가져다주는 집단적 권력의 맛을 한껏 음미한다. 게다가 혹여나 고대가 연대보다 몇 점 더 앞서는 상황이 되면 ‘우리학교’가 더 좋은 학교가 된다는, 즉 우리학교의 이름이 더욱 드높아 진다는, 학벌의 우월감에 한 번 더 도취되어 이성을 잃는다. 이는 학벌구조 속의 집단적 배타성을 그대로 드러낸 모습의 결정체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연고전에서는 같은 집단내의 학생을 또다시 배척하고 분리한다. 이 자리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장애학생은 배제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장애학생들에게 연고전은 그다지 즐거운 자리가 아니며 함께 할 수 없는 ‘남들의 축제’로 남는다. 장애학생은 연고전의 호전적이고 위협적인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고 아예 처음부터 그 자리를 피하기도 한다. 혹은 참가했다 하더라도 큰 목소리, 큰 동작들을 최대한 비슷하게 따라하려 시도하다 지치기도 한다.

이렇게 장애학생이 즐거울 수 없는 이유는 단순히 기본적인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고, 수화응원이 없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리배치나 상황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아서만은 아니다. 그 이유는 연고전이 근본적으로 비장애남성의 욕구와 기준에 맞추어 만들어 졌으며, 이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자들은 끊임없이 배제시키고 주변부로 내몰기 때문이다.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동작을 하며 똑같이 열광하는 비장애남성중심의 집단에서 동일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는 사람들은 연고전의 거대한 그림에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그 원인은 즐겁게 어울리려 노력하지 않은 개인의 문제로 환원되기도 한다.

물론 남성들의 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남성적 응원 문화 자체가 사악하므로 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것이 비록 근본적으로 장애인에게 배타적인 비장애인들의 문화라 할지라도 집단적 문화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각각의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특정집단중심의 문화가 명실상부한 고대의 대표적 문화로 자리 잡고 있으며 유일한 축제의 장이고 또한‘고대문화’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데 있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연고전은 우리에게 자랑스런‘고대문화’라는 명목 하에 다양한 문화와 축제의 가능성을 가려버리고 획일적인 즐거움을 강요한다. 또한 장애인과 여성이 주변화 되는 현실을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여 묵살함으로써 고대내의 또 하나의 권력집단을 형성하는 것이다.

연고전과 그에 맥을 잊는 고대의 일상문화 속에서 장애인이 배제되고 여성이 주변화되는 것은 결코개인의 취향, 노력의 문제로 일축될 수 없다. 우리는 거기서 고대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문화권력과 그에 따른 일상적인 차별과 억압, 소외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학교의 막대한 예산투자 속에서 이루어지는 학벌재생산구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대안적 문화를 구상해 봐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기존의 학벌, 위계, 비장애남성중심적인 고대문화를 과감하게 떨쳐버리고 연고전은 응원을 즐기는 사람들 간의 소규모 행사로 축소하여 남겨두는 것이 옳다. 그와 동시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올바른 소통구조 속에서 조화롭게 즐길 수 있으며 외부와도 열려있을 수 있는 축제의 장을 함께 고민할 때 진정으로 훌륭한 ‘고대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철학과ㅣ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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