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 학내단체소개 : 장애인권위원회

3월-93호 조회 수 6599 추천 수 0 2010.02.09 14: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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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다가오는 2월의 어느 날, 고대문화는 장애인권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재호 씨를 만나보았습니다.
(고대문화 : , 장애인권위원회 재호 씨 : 재호)


: 안녕하세요. 고대문화와 장애인권위원회(이하 장애인권위)가 같은 학생회관3층에 가까이 있다 보니 지나가다 종종 재호 씨를 자주 뵙게 되는 것 같아요. 항상 재호 씨만 보이셔서 혼자 활동하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정말 그런가요?


재호: 아니요, 활동은 저 말고도 다른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답니다. 사실 학생회관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아니잖아요. 장애인권위실이 3층에 위치해 있는 것도 그렇고, 휠체어가 드나들기에는 엘리베이터가 좁은 점도 있어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학관에서 일상적으로 만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기에 그렇게 비칠 수 있을 것 같아요.

 

: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지만 제가 보기에 재호 씨는 비장애인이신 것 같은데요. 비장애인인 재호 씨가 장애인권위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재호: 과연 장애의 기준이 무엇일까요? 제가 좋아하는 말로 '나는 일시적 비장애인’이라는 구절이 있는데요, 모두가 느끼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회와 학교가 만들어 높은 장벽 앞에서는 누구든지 장애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러한 생각 아래 학교와 장애학생들 간의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즐겁기 때문에 하고 있는 거겠죠?

 

: 그렇다면 활동하시는 다른 분들도 모두 정식 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건가요?


재호: 글쎄요, 저는 ‘정식 위원’이라는 것의 의미를 잘 모르겠어요.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장애인권위에 정식 위원은 없다고 할 수 있죠. 장애인권위의 문을 두드리시는 분들은 많지만, 그 분들이 모두 장애인권위의 활동에 의무를 가지고 참가하는 건 아니에요. 학교에게 이동권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등 투쟁적인 방식을 원하는 사람도 있고, 장애학우들끼리 조곤조곤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나가길 원하는 사람도 있고. 다양한 생각들을 지닌 사람들이 그때그때 자신의 요구와 관련되는 일이 있으면 자유롭게 참가하는 곳이 장애인권위입니다. 장애인권위라는 테두리 안에서 각자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이지, 서로의 생각을 일치시키고자 요구하는 일 등은 없어요.

 

: 그렇지만 특별기구로서의 위상을 가진 자치단체라면 뭔가 활동을 위한 뚜렷한 지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재호: 거시적인 사업을 계획적으로 설계하고 예산을 미리 책정하는 것만이 지향 있는 활동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 당장만 해도 장애인권위에 산적된 일들이 많아요. 학교에서 장애지원센터를 설립한 것에 대한 대응책 마련과 학관 공사를 하면서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요구할 것들을 찾는 것들 말이죠. 기본적으로 학교생활을 하면서 장애 학생들이 느낀 애로사항을 학교에 알리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들. 그렇게 당장 일상에서 맞부딪힐 수 있는 불편들을 장애인권위에서는 해결해나가고 있는 중이에요.
일을 해나가면서 장애인권위 내부 회원들끼리 공유하는 것이 있다면 ‘장애’의 기준이라는 게 매우 모호하다는 것, 일상의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에 따라 누구든지 장애를 가진 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에요. 누구나 쉽게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나아가 중증장애와 같이 눈에 띄는 장애인들이 더욱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지향이라면 지향이겠지요. 성원들 간 스펙트럼이 넓고 그걸 굳이 일치시키려고 하지 않는 장애인권위의 활동 방식이 다른 자치단체와 조금 다른 것일 뿐,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그렇군요. 그렇지만 대외적인 홍보 없이 조용조용히 일하시다 보니 막상 학생들은 장애인권위의 존재에 대해서 잘모르는 것 같은데, 장애학생들은 어떠한 경로로 장애인권위를 알게 되나요?


재호: 중앙도서관과 4∙18 기념관에 장애학생휴게실이 있는데, 장애학생들은 주로 그곳에서 서로 만나가며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어요. 휴게실을 이용하면서 알음알음 장애인권위를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장애인권위를 드러내놓고 홍보하고 장애학생들의 참가를 권유하게 되면 원치 않는 사생활 침해의 우려도 있기에 계속 비공식적인 홍보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 말씀을 듣고 보니 장애학생들의 실질적인 권익 향상을 위주로 활동하고 계신 것 같아요. 혹시 비장애학생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을 계획해보시지는 않으셨나요?


재호: 우선 학교 측을 보자면 학교는 ‘고려대에 다니는 장애학생 = 입학특별전형을 통해 들어온 사람’ 이상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 같아요. 입학 후 장애를 얻을 수도 있고,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이들도 있을 텐데 말이죠.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시선도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비장애학생들과의 공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았어요. 세미나를 열 수도 있고, 사안이 있을 때마다 대자보를 붙일 수도 있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개설할 수도 있고, 책자를 펴낼 수도 있고. 아직은 고민 중이에요.

 

: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다른 지점들은 또 뭐가 있을까요?


재호: 대표적인 것으로 장애체험이 있죠. 가끔 가다 보면 눈가리개를 하면서 맹인 체험을 하는 행사들이 있던데, 그만큼 비장애인의 시각으로 장애인을 바라보는 것도 없어요. 맹인들은 시각 대신 청각과 촉각 등 다른 감각이 매우 발달해 있어요. 그런데 비장애인들은 눈을 가리고서 ‘아, 장애인들은 정말 불편하겠구나’와 같은 식으로 장애인을 이해하려고 하는 거, 결국 철저히 비장애 중심적인 사고에요. 언제부턴가 장애인은 이름 모를 친구가 된,  장애우’와 같은 용어도 그렇고요.
학교의 태도도 짚어봐야 해요. 저는 직접 시각장애학생들과 이야기해보기 전에는 학교의 조명이 그렇게 어두운 줄 미처 몰랐어요. 조명 문제와 더불어 중앙광장이나 백주년기념관에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학생들이 드나들기 참 어렵답니다. 중앙도서관책상의 높이도 부적절하고요. 학내에서 식사할 곳이 마땅치 않은 점도 있지요. 지금 필기보조 도우미 제도도 그래요. 숙련되지 않은 대학생에게 필기를 맡기고 있는 건데, 과연 100% 수업내용이 전달될 수 있을까요?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필기에 방점을 찍는 부분은 다를 수밖에 없어요. 속기사의 숙련된 필기가 아닌 이상, 장애학생들이 자신이 중요하게 받아들였던 수업 내용을 현행의 필기보조 도우미를 통해 얻는다는 것은 무리에요.

 

: 새 학기를 맞이하여 장애인권위가 고민하고 있는 지점들을 알고 싶어요.


재호: 최근 4.18기념관에 장애지원센터가 건립되었어요. 사실 학교가 진짜 장애학생들의 권익을 생각하여 설립한 것이라기보다는 정부 정책에 의해 타의로 설립된 것이지요. 장애인권위는 그 센터의 역할이 무엇이 될지 주목 중입니다. 일단 장애지원센터가 학교와 직접 연관되어 있고, 예산도 많고 학생들도 더 쉽게 찾을 수 있으니까요. 학교와 장애인권위 각자가 맡을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올해 특수교육대상자로 들어온 신입생이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점자 사용자도 있다는데 맹인 학생에 대한 장치가 부족한 학교에 어떻게 지원을 요구할 수 있을지도 고민 중입니다. 점차 단과대, 총학생회 등에서 장애인권위와 교류하면서 장애학생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노력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들 문제 인식은 하겠지만 해결을 위한 주체적인 방안이 필요한 거니까요.


재호 씨는 장애인권위 활동을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는 자발성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말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셨다. 호수 위에 유유히 떠 있는 오리가 수면 아래에서는 쉴 새 없이 두 발을 움직이고 있듯이, 장애인권위도 쉴새 없이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2009년 장애인권위원회의 멋진 모습을 기대해본다.


 

지영 | 편집위원 | boksho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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