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당국은 고교등급제 시행을 즉각 중단하라!
-다함께 고려대모임
2004년부터 매년 끊임없이 고교등급제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고려대가 지난 2일,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시행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올해 고려대에 지원한 주요 외고 학생들은 지원자의 80% 이상이 2-2수시에 합격했다.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내신 1~2등급이 떨어진 반면 특목고에선 내신 5~6등급도 합격한 것이다. 이는 고려대에서 일반계 고등학교보다 특목고를 우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심지어 같은 학교에서 내신 등급이 더 낮은 학생이 합격한 사례로 인해 부정입학 의혹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3일에는 총장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과거 (고교별) 고려대 입학생 배출 실적을 활용할 수 있다”는 고교등급제 도입 가능성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도대체 학생들을 얼마나 더 끔찍한 지옥으로 몰아넣으려 하는가
고교등급제는 그 전년도 선배들의 시험성적에 의거하여 차등점수를 주는 것이다. 그 제도에 의하면 소위 ‘선배들이 대학을 잘 간 학교’로 학생들이 몰리게 되고 그만큼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대부분의 중학생들은 특목고를 가기 위해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에 매달려야만 한다. OECD 가입국에서 청소년 자살률1위, 전체 학생들의 절반이 넘는 아이들이 스트레스와 만성두통,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음은 이제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중학교 때부터 시작되는 고등학교 입시는 사교육 시장 팽창으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수조원에 달하는 사교육 시장은 특목고 입학 준비를 내걸고 점점 더 그 크기가 더 커지고 있다. 보통 서민가정의 학생들에게 대학교의 문은 계속 멀어져만 가는 것이다. 돈이 없으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고, 간신히 교육을 받는다 해도 경쟁에 짓눌려야 하는 사회, 이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가?
3불 정책을 폐지하려는 이명박 정부, 대교협과 사립대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3불정책을 폐기를 의미하는 교육정책을 발표해왔다. 일제고사, 국제중 등을 추진하며 청소년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입시경쟁을 더욱 강화하려 하고 있다. 대학 입시관리를 하고 있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도 3불 폐지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 6월, 3불 정책 존폐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한 대교협에선 이미 내부적으로 2013학년도부터 정책 폐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심지어 한 관계자는 “현행 대입전형대로라면 고교등급제와 본고사는 자연스레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고려대에서 발표한 2010학년도 수시전형에 따르면 33배수의 학생들을 1차 합격시킨 후 본고사 형태의 시험으로 2차를 치른다. 본고사는 공교육만으로는 학생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문제를 내는 시험이다. 올해는 내신만으로 학생들을 뽑겠다고 거짓말을 해서 학생들에게 기대감을 심더니, 이제는 본고사를 교묘하게 논술이라는 이름으로 숨기려 하는 것이다.
고려대는 지금 당장 고교등급제 시행을 중단해야 한다
이런 추세라면, ‘고교등급제’에 의해 학생들은 중학교때부터 입시에 시달리며 ‘본고사’에 의해 학교에선 배우지 않는 문제들을 풀기 위해 비싼 사교육비에 짓눌려야 하고, ‘기여입학제’에 의해 돈 없는 학생들은 돈 있는 학생들에게 밀리게 될 것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입시 제도를 고려대가 앞장서서 만들려 하고 있다. 고려대의 학생으로서 매우 부끄러울 뿐이다. 학생들을 우롱한 고려대는 지금 당장 사과하고 고교등급제 시행을 중단하라. 2010학년도입시전형을 3불 정책에 맞게 수정하라!
학교 당국에 수시 2-2학기 일반전형의 합격 기준 제시를 요구합니다
-제 42대 민족고대 호안정대 학생회(건)
고려대가 지난해 10월 치른 수시 2-2학기 일반전형 1단계에서 일반고 학생들보다 특목고 학생들을 더 우대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서울 D 외고의 경우 지원자 212명 중 190명이 합격하여 수시 1단계 합격률이 89.6%에 이른다. 이 전형은 내신 90%와 비교과부분 10%로 합격이 결정된다. 그러나 비교적 내신이 불리한 외고 학생은 7, 8등급까지도 합격한 것에 반해 일반고 학생은 1등급을 받고도 떨어지는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서울의 한 여고에서는 내신과 비교과 부분이 더 낮은 학생이 합격하는 사례가 드러나면서 그 선발기준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고려대학교는 전형요강에 따라 공정하게 선발했으며 특목고 출신 지원자들을 특별히 우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내신 성적 산출 공식’을 보면 K값과 α값 등 비공개 변수 탓에 선발 기준의 공정성 여부도 확인이 불가능 하다. 따라서 이 비공개 변수를 이용해 특목고를 우대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의혹이 커지자 고려대는 언론의 왜곡된 보도로 인하여 고려대 입시전형의 의도가 잘 전달되지 못하였다고 책임을 넘기는가 하면, 입시결과에 해명을 요구하는 고교에 위압적 공문을 보내는 등 의혹에 대한 정확한 해명을 회피하고 있다.
수시 2-2학기 일반전형의 취지는 정규 교육과정을 거치고 있는 전국의 학생들을 동일한 조건하에서 평가하고 선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조건이 고대의 경우 내신90%와 비교과 영역10%였다. 그러나 결과는 일반전형의 취지와는 상반되어 보였다. 이에 대한 의문은 어떤 식으로 반영하였는지 알 길이 없는 비교과를 언급하며 10%로 모든 입시 결과를 뒤집어 버렸다. 몇 년 동안 대학입시 하나만을 위해 달려온 수험생들과 학부모님들이 이러한 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학교에서 언급한 것처럼 공정하게 학생들을 선발했다면 기준 공개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수험생들과 학부모님들을 비롯한 전 사회 구성원이 납득할 만한 명확한 수시 전형의 합격 기준을 제시하길 바란다.
꼬멘트
‘왜 굳이 고대만 까느냐’고 분통을 터뜨리는 분들이 많을 줄로 안다. 물론, 특수목적고등학교가 입시에서 대다수의 대학들로부터 우대되어 왔음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내신을 90%를 반영한다고 공언한 수시 2-2학기 일반전형에서 고려대 당국이 노골적으로 특목고를 우대한 사실은 그 자체로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운 나쁘게 고대만 동네 북이 된’사건이 아니라 기본적인 신뢰의 문제이며,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기만 때문에 불거진 문제다. 여기서 ‘대학의 자율’ 운운하는 것은 애초에 핀트가 맞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로서 특목고의 위상을 논해봐야 할 것이다. 말마따나, 특수목적고가 일반계 고등학교에 비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만큼 학업성취도가 더 나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격차가 심화되고 노골화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공교육 체계 전반의 부실화를 촉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게토를 만들기보다, 모두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여러모로, 2009학년도 고대 입시는 ‘까는 게 제맛’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