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 마음을 울리는 우리의 노래
유미│편집위원│seoym97@gmail.com
‘민중가요(이하 민가)’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지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민가는 대학에 처음 들어와 맞는 행사인 새내기 새로배움터나 대동제공연 등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노래입니다. 또 ‘상록수’, ‘사노라면’, ‘청계천팔가’처럼 우리에게 비교적 잘 알려진 민가도 있습니다. 대학사회 내에서 이런 민가를 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고대문화는 12월 1일 오후, 사범대 노래패<함성>의 패짱 강원준 씨를 만나서 민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꼬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함성>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원준 사범대 노래패 <함성>은 민가를 부르는 사람들이 함께 노래 연습도 하고, 공연도 하는 동아리예요. 1980년대 말에 전국적으로 집회에 나가 노래로 문예선동을 하는 노래패들이 만들어졌어요. 당시 노래패들은 카세트테이프도 별로 보급되지 않은 그 시대의 민중들이 입으로 부른, 그들의 삶이 반영된 노래들을 불렀어요. <함성>도 1987년도에 결성된 후, 지금까지 활동이 계속되어 온 거죠. 2007년에 낸 20주년 기념 음반은 민가 싸이트인 PLsong.com에도 등재되어 있습니다.
꼬 원준 씨는 처음에 어떻게 민가를 알게 되셨나요?
원 준사실 저는 대학 오기 전까지 민가를 전혀 몰랐어요. 그렇다고 음악 동아리를 하던 사람도 아니었고요. 새내기 시절 새터에서 민가 공연을 처음 봤는데, 첫 노래만 진지하게 들었고, 나머지 노래는 들은 기억도 없어요(웃음). 그렇지만 좋은 선배들이 <함성>에 있다고 해서 함성에 들어왔고 민가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민가 부르기가 즐거워진 계기는 통기타 연습이었어요. <함성>에서는 통기타 연주도 필수로 갖춰야 하거든요. 아무것도 모르는 저는 하나하나씩 배우기 시작했어요. 이미 배운 노래를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 또 다른 노래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연주곡집을 뒤적거렸던 기억이 있네요.
꼬 민가라고 하면, '아침이슬’처럼 통기타를 치면서 부르는 서정적노래에서부터, '임을위한행진곡’처럼 엄숙하게 부르는 노래까지, 다양한 부류가 생각나는데요. 정확히 민가를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원준 참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네요. 사실 민가에 대해서 체계적인 연구나, 정확한 정의가 거의 없어요. 그래도 민가를 부르는 사람으로서 어느 정도 말을 붙일 수는 있을 것 같네요. 물론 이는 <함성>에서도 토론되었던 주제이기도 하구요. 대중가요와의 차이점을 들면서 민가를 정의할게요. 첫째, 민가는 사회비판적인 시각을 가지면서 삶의 여러 부분에서 소재를 찾아요. 대중가요의거의99%가 사랑타령이라면, 민가는 ‘노동자들의 투쟁’, ‘획일적인 교육’등 다양한 소재를 다뤄요. 심지어는‘ 낡은 캐쥬얼화’에 대한 노래도 있어요. 캐쥬얼화를 두고 자신이 다녀온 집회에 대한 기억, 감정을 담은 노래죠. 자신이 받는 억압에 분노하기, 다른 사람의 처지에 연민을 느끼기,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기 등은 일상에 대한 민감한 감각을 필요로 해요. 그렇기에 민가가 다양한 이야기를 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첫째 특징만 이야기하면, 서태지의‘시대유감’이나 88만원세대의 감정을 이야기한다는 장기하의 노래 같은 사회비판적인 가사를 담고 있는 대중가요와 다를 바가 없죠.
민가의 두 번째 특징은‘노래에 대한 소유권을 누구도 갖지 않는다’는 카피레프트를 기반으로 하는 점이에요. 민가가 처음 불리기 시작했을 때는 사전 검열 제도 때문에 자연스럽게 카피레프트로 유통될 수밖에 없었어요. 그 이후에도, 민중을 위한 노래는 이익추구의 수단이 되지 않고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직접 가닿아, 공감을 일으켜야 한다는 원칙적인 상이 있었어요. 자신의 마음을 담은 노래를 통기타를 들고 다니면서 직접 선사하는 일은 그 진심만큼의 공감을 만들어 내요. 그래서 민가를 부르는 일에 ‘노래를 구전한다’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꼬 요즘에는 민가를 부르기도, 민가를 듣는 일도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원준 근 3,4년 동안 민가 가수들이 앨범을 돈을 받고 팔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변화는 민가 판이 어려워졌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예를 들어 민가에는 ‘신곡’이란 개념이 없어요. 소위 민가 판의 대형 정규앨범 중에 최신신보가 작년 9월의 ‘우리나라’5집이 전부에요. 게다가 민가를 부르는 분들은 대부분 낮은 임금을 받는 직업을 가지고 활동을 하고 계시거든요. 정체되어 있는 판에서 사람들에게 양질의 연주, 녹음 상태 등으로나마 더 다가가기 위해서 앨범 제작비가 많이 들게되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앨범을 팔기 시작한 거죠.
외국에서는 첨바왐바(Chumbawamba)의 Tubthumping(1)처럼 투쟁현장에서 만들어진 노래가 전격적으로 대중 사이에 유통되면서 히트한 노래들이 있거든요. 민가도 그런 식의 살길을 모색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꼬 <함성>은 주로 어떤 민가를 부르나요?
원준 우선 <함성>은 민가라면 가리지 않고 다 부릅니다. 민가 중에는 희망을 노래하는 부드러운 노래도 있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이야기하는 노래도 있지요. 그렇지만 이 두 가지는 이질적이지 않고 서로 맥락이 맞닿아 있어요. 억압을 느껴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투쟁을 부르짖어야 할 때가 있고, 그런 중에 힘이 빠지기라도 하면희망을 노래하면서 추스르기도 해야죠.
그렇지만 부르고 싶은 노래는 사람마다 모두 다를 수 있겠죠. 이런 구성원 간의 차이는 토론을 통해서 조절해요. 우리가 생각하는 메시지를 하나로 모아 표현하기 위해서는 합의된 의견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함성>전체가 노래를 부른다는 생각으로 노래를 결정해요. 실제로 부르는 노래도 솔로곡은 거의 없고 여럿이 부르는것 위주에요. 화음을 넣거나 아카펠라를 하는 거죠.
꼬 그럼 원준 씨 개인적으로는 어떤 민가를 좋아하시나요?
원준 저는 희망에 대한 노래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첫째로는 꽃다지의‘희망이 그대’라는 노래를 꼽고 싶어요. 가사가‘겨울 숲 같은 우리 삶의 벌판에 언제나 새순으로 돋는 그대를, 이 세상 모든 길이 얼어붙어 있을 때 그밑을 흘러 내게 오던 그대를’인데, 희망은 언제나 온다는 말을 참 감동적으로 하고 있죠. <함성> 창작곡 중에는‘이 길의 끝에서’에 애착을 가지고 있어요. ‘이 길의 끝에서 자신이 무언지도 모르는 이들의 비명소리뿐’이라는 가사가 있는데, 앞만 보고 달리기보다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일이 중요하단 이야기를 해요. 역시원준꼬원준저희가 만든 새로운 노래들도 많이 부르고, 많이 듣죠.
꼬 <함성>은 곡 창작도 많이 하나 보네요. 어떻게 창작을 하시나요?
원준 곡 창작은 일 년에 두 번 정도 해요, 방학 동안에 길게 합숙훈련을 가거든요. 엄청 심혈을 기울이지는 않고요(웃음). 즉흥적인 통기타 연주에 맞추면서,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에서 나오는 가사를 붙여 보는 거죠. ‘과제가 너무 많다’에서부터‘입시지옥에 갇혀 살던 고등학생 시절’들까지,별별 가사들이 다 나와요. 각자 낸 창작곡으로 콘테스트를 열어 일등을 하면 <함성> 공연 때 올릴 수 있는 노래가 돼요.
꼬 <함성>의 대동제 공연을 감명 깊게 본 기억이 있어요. <함성>의 기억에 남는 공연을 말씀해 주세요.
원준 세 개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08년도 새터 공연이에요. 새터 공연은 워낙에 청중이 많으니까 참 떨었던 기억이 있어요. 두 번째는 말씀하신 09년 대동제예요. 대동제에서는 고대 노래패들과 합동공연을 했어요. 민가를 부르는 노래패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도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점에서 의미 있는 공연이었어요. 셋째는 연주와 가창을 모두 새내기가 해야 했던 올해 새내기 워크샵 공연이에요. 새내기로 들어와서는 악기 다루는 법도 잘 모르니까. 제가 악기 가르치고 합창할 때 맞춰주고 하면서 준비 중에 많이 도왔던 공연이죠.
꼬 민가를 통해서 어떤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싶으세요?
원준 우선 저는‘나의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어요. 가수가 부르는 노래가 진정 자신의 마음이 될 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요. 제 노래가 그렇게 해서 사람들로부터 공감되었으면 좋겠어요. 이건 <함성>의 생각이라기보다는 제 생각인데요. 민가 중에는 탈자본주의를 위한 투쟁 의지를 직접적으로 가사에 담은 노래도 있지요. 그렇지만 사회의 변화는 나 혼자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사람의 힘든 처지를 말하는 가사에 대한 공감이 쌓여서 가능해져 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민가를 통해서 어려운 사람의 이야기를 외면하지 않는 사람, 언제라도 변혁의 의지를 내보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이틀 뒤, <함성>의 정기공연 ‘가카탐구생활’에 다녀왔습니다. 공연에서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아낸 노래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진지한 모습이 엿보였습니다. 더불어 민가는 누구나 부를 수 있고,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의 문제의식을 모두와 공유하기 위해,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민가를 부르는 ‘함성’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