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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고 미루다 뒤늦게, 5월 28일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이 글을 끄적여보기 시작합니다. 이제서야 하고픈 이야기가 생긴 탓이려나요. 27일 ‘OECD Factbook 2010’이 나왔습니다. OECD에 속한 나라들의 인구, 경제, 교육 등의 지표를 한데 모아놓은 자료입니다. 여기에 나와 있는 한국의 상황을 간단히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출산율은 가장 낮고 자살률은 가장 높습니다. 근로시간도 가장 깁니다. 공공사회지출은 최저이고 민간부담 교육비는 최고입니다. 여기서 최고, 최저 등은 모두 ‘분명한 1위’를 뜻합니다. 문제가 있을 줄은 알았지만 숫자가 이렇게 명명백백하게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공적인 복지지출 규모라고 볼 수 있는 공공사회지출 규모는 GDP의 7%도 안되어 OECD 평균보다 무려 13%포인트나 낮았습니다. 그런 주제에, ‘파이’가 커지면 나눠주겠다던 사람들은 입을 싹 닦고 ‘샌드위치 위기’를 운운합니다. 한국인들은 평균보다 연간 500시간이나 더 많이 일하고 있습니다. 너도나도 사람을 잘라내고 남은 사람에게 일을 몰아버린 탓입니다. 언제 쫓겨날지 불안한 가운데 어느 누구도 신경써주지 않고 어디에서도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막막함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팍팍함에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일 터입니다. 복지를 확충해야 할 시점임이 틀림없는데도 정부는 정반대로 복지지출을 삭감하면서까지 4대강 사업을 강행중입니다. 그렇게 막개발과 겉치레로 돈을 펑펑 쓰더니만 간접세를 높이려 하고 죄악세를 도입하기를 궁리합니다. 이에 더해 이제부터 나랏돈을 최소한의 써야할 돈만 남겨놓고 나머지 전액을 금융시장에서 운용하겠다고 하니, 참 궁하긴 궁한 모양입니다. 금융위기의 기억따위는 버려버린 지 오래인 걸까요?
대외관계도 심상치 않습니다. 불확실한 내용을 싣게 될까 걱정되어 천안함에 관련된 기획은 하지 않았습니다만, 청와대와 국방부가 증거를 공개하고 해명하는 과정이 석연치 않습니다. 군인들이 죽었어도 TOD 증거영상은 앞뒤만 잘라 공개하고 살아남은 장병들은 입도 뻥긋 못하게 격리시킵니다. 정부가 오락가락하면서도 나름대로 진중한 이미지메이킹(전쟁기념관에서 각하는 심지어 알 없는 안경(!)까지 쓰고 ‘천안함 사태 관련 대국민 담화’를 읽어내려가셨지요)을 시도하려는 데에 박자를 맞추려는지, 일부 언론은 정도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작문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죽은 사람과도 인터뷰하고* 사칭보도까지 내보냅니다**.
게다가 7월부터는 노동부 이름을 ‘고용노동부’로 바꾸고 약자는 ‘고용부’로 하겠다는군요. 재벌 총수 일가의 경영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탈세와 비리에는 솜방망이 처벌만 가하면서 노동은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정부의 기조가 엿보입니다. ‘노동’이라는 단어에조차 얼마나 심한 알레르기가 있었으면 ‘고용부’라는 이름을 억지로 끌어오는 건지. 결국 기업을 주체로 보고 노동자는 객체 혹은 도구 정도로 취급하겠다는 뜻이겠지요. 지난해 7월 낙하산 원장 부임에 반대해 파업을 벌였던 한국노동연구원에게는 일감을 끊어버리면서, 대신 삼성경제연구소에 국책연구를 맡기는 정부답습니다.
허나 저항은 모자라고 신음만 가득합니다. 우리 역시도 이런 상황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사람들이 무력감에 익숙해진 틈을 타 경찰국가화를 시도하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당장 G20 정상회담 때 시위를 막겠답시고 수도에 군대를 동원하겠다는 법안이 이미 통과되었습니다. 시민을 적으로 선포하는 꼴입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이 개정된다고 하는데 그 내용 역시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 내용은 “경찰은 범죄 의심이 있는 사람을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으며, 질문을 받은 사람은 자신의 의사에 반해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는다”는 현행법 조항 중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는다”는 부분을 뺀 것입니다. 게다가 경찰이 영장도 없이 길가던 사람의 가방이나 차량 등을 뒤져볼 수 있게 했습니다. 이런 황당무계할 정도로 위헌요소를 많이 머금은 개정안은 이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하여 본회의 처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불심검문 시대의 재림이 예고되고 있는 셈이지요. 이 법안들 모두가 ‘여야 합의’로 통과되었습니다. MB 심판의 대안이 민주당일 수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시간강사 또 한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중앙대의 ‘재벌개혁’은 현재진행형입니다. 100호를 내게 되었지만 부끄럽고 번거로운 자축은 관두겠습니다.
* 연합뉴스의 날조기사는 삭제되었지만, 연합뉴스 기사를 제공받은 언론사들 가운데 몇몇의 홈페이지에서는 아직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 해당 조선일보 기사는 한겨레에서 사실확인 보도를 내보낸 뒤 논란이 일자 정정된 상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