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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에 ‘해피투게더’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쟁반노래방’으로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인데, 요즘에는 ‘프렌즈’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프로그램의 구성은 간단합니다. 연예인 두 명과 둘의 초등학교 혹은 중학교 동창이 각각 5명씩 나옵니다. 동창생은 학창시절 연예인의 비화를 폭로(?)하고, 연예인은 많은 보조출연자 사이에서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동창생을 찾아냅니다. 그 프로그램의 재미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동창생이 얼마나 흥미로운 학창시절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놓느냐에 달려있고, 다른 하나는 연예인이 동창생을 얼마나 아슬아슬하면서도 정확하게 찾아내느냐에 달려있지요.
프로그램을 이끄는 이 두 요소는 결국 한 지점에서 만납니다. 답은 무척 쉬워요. 짐작하셨듯이, 학창시절에 대한 향수가 바로 이 프로그램의 최종 목적지입니다. 대부분의 시청자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연예인의 동창생이 이야기하는 온갖 모험담을 들으며 비슷한 자신의 경험을 떠올립니다.“ 그래, 학교에 그런 애가 꼭 하나씩은 있었지.” 뭐 이런 식으로요. 연예인이 친구를 찾을 때에는 이제는 이름도 얼굴도 가물가물한 동창 얼굴을 떠올리며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그 때 그 친구는 지금쯤 뭘 하면서 살고 있을까 궁금해 하면서요.
이상향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항상 돌아오지 않는 황금시대에 대한 향수나 아직 도래하지 않은 유토피아에 대한 염원, 둘 중 하나로 드러납니다. 가끔 저는‘프렌즈’를 보면서 우리의 황금시대는 언제일까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학창시절을 이야기할 때 쉬는 시간마다 함께 놀았던 친구들, 하굣길에 먹었던 엄청난 양의(!) 떡볶이와 아이스크림, 수업시간에 선생님 눈을 피해 몰래 보면 더 재미있던 만화책 따위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옛 추억은 참으로 아름답고, 저도 그 소중함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전형적인 중등교육과정을 거쳤다면,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교복을 입히고 머리를 밀었던 학교, 선배라는 이유로 이런 저런 폭력을 가했던 상급생, 새벽에 시작해서 새벽에 끝나는 자율 아닌 자율학습을 기억해낼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기억은 그리 유쾌한 편에 속하지는 않아요.
과거를 황금시대로 추억하면서 유토피아를 꿈꾸는 작업은 오늘의 괴로움을 잊는 진통제 역할을 해줍니다.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힘들었던 고3시절도 즐거웠다고 기억하는 건, 그만큼 살아가는 오늘 하루가 팍팍하기 때문이겠지요. 오늘이 어제의 연속이고 내일은 오늘의 연장이라면, 그리고 어제가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면, 어제 하루는 즐거웠다고 추억하는 일이 더 힘든 내일을 부르기 쉽습니다. 흔한 두통은 진통제 한 알이면 충분하지만, 큰 병에 걸렸을 때에도 진통제만 먹으면 오히려 병을 악화시키지요.
이번 고대문화 10월호는 여러분이 어제와 내일의 환상에서 벗어나 오늘을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이 책이 여러분에게 지금 이 순간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오늘 하루를 성실하게 보내며 좀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브레히트가 말했듯이, 우리가 “좋았던 옛 시절이 아니라 언제나 나쁜 현재에서 시작”하기를 바랍니다.
* komun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1-29 16:43)
